새소식

Jay's Life log

세상엔 개발자가 너무 많다.

  • -

1. 최근에는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 어떤 분야의 의사가 부족하다. 라는 뉴스를 자주 봤던 것 같다.

 

의사는 많은 수련을 요구하고, 긴 인내 기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으로 그 노력을 인정받는 직종이다.

그런 의사들 사이에서도 개인적인 이유, 급여, 선택의 폭, 커뮤니케이션 디스턴스, 등 수많은 이유로 쏠림 현상도 발생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또는 해야하는지에 대해 잘 정립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학사를 전공하고 석사 졸업을 앞둔 지금, 깃허브를 7~8년 가까이 떠돌아다니고, 많은 글들과 개발자의 흔적을 보고 나서도 개발자란 무엇인가, 개발자는 어떤 게 어렵고 어떤 게 쉬운가, 개발자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등등 직업적 고민이 정립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의사, 제조업 등처럼 명확한 벡터와 포인트를 갖기는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현실에 반해,

개발자는 정말 정말 많다.

실력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하지라는 사람들*여러 의미로*도 많다.

 

 

2. 처음엔 그냥 개발자가 정말 많다. 막막하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알면 알수록 개발자는 다양하다. 그래서 재밌다. 라는 느낌으로 변했고,

지금은 개발자 뿐만 아니라 개발자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참 많다. 라고 느끼고 있다.

 

 

3. 개발자가 정말 많기 때문에, 날로 갈수록 basement나 일반적인 역량은 상향평준화가 되어간다.

요새 후배들이 따라한다는 커리큘럼, 로드맵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왜 나때는 없었지? 하다가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못봤을 확률이 높다)

요새는 저게 기본이구나 하면서 취준이 매년 곱절로 힘들어지는구나 싶다.

 

 

4. 그리고 정말 다양한 개발자가 있다. 성격적으로도, 스택적으로도 다양한 개발자들이 있다.

성격적으로는, 2년간 연구계에 있다 보니, 여기에는 정말 내향적이면서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또 쌓아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전에, 다양한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대회에 나가던 적에는 개발자들이 정말 외향적이어야 하고,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다양한 성격의 개발자가 있고, 그래서 개발자의 협업에는 그 성격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스택적으로는, 예전에는 알고리즘 잘 짜고, 프레임워크 잘 다루는, 그래서 어느 회사에서나 날 필요한 백엔드 개발자이고 싶었다.

지금은 chatGPT에게 물어보면 어떤 언어로든 코드가 튀어나오고, 프레임워크는 매달 새로운 게 나와서 기존의 것과 벤치마킹 경쟁을 하고 있다.

 

다양성은 따라잡을 수 없다.

그걸 인정한 순간부터, 나는 모든 방향성으로 커지기보다, 내가 하나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지금은 내가 얼마나 많은 분야를 알아차릴 수 있을지 생각하며, 시간 날 때 유튜브 채널 트래킹하듯, 내가 흥미있을만한 다양성 위주로

사람과 오픈소스, 개발작품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나는 그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서라고

여기서는 말해둘 수 있을 것 같다.

 

내 눈과 경험이 이 개발자라는 다양성 뭉치 속에서 하나의 벡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벡터가 있을 수 있지만, 누군가가 만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내가 만들어서 유지함으로써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교해서 급을 나누자는 게 아니라, 비교함으로써 서로의 효용성과 위치, 거리, 방향성을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5. 다양성을 인정한 후에는, 나는 내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처음엔 다양한 것들을 모두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마치 모든 회사가 날 원하도록 만들고 싶었고,

결국에는 내가 만들어낸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던 적이 먼 과거가 아니다.

 

개발자가 많아서 경쟁심과 내 열정을 불태우고, 가만히 있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을 알아채는 계기가 되었고,

또 개발자가 다양해서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바로잡아야 했고, 끝없이 탐색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심히 해야하는데 다양해서 힘들다. 라는 오묘한 충돌은 번아웃을 만들기가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즈음에서는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고, 평소 자신있었던(라고 생각했던) 글쓰기를 살려, 논문을 쓰는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학계는 대단했다.

정말 천외천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쳐 말하고 있었고, 또 프로젝트의 성공률, 수행 시간도 모두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에 대한 내 기대를 낮추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그래야만 번아웃을 피할 수 있었고, 열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6. 주변엔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잘났고, 다른 사람들의 모난 면만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남들이 못하는 각도로만 보며, 나는 잘하고 있어. 라고 위안하는 것이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인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뒤처진단 느낌이 많아지고, 어떻게 같은 시간을 저렇게 보냈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남을 폄하하고 내가 잘난 것처럼 보이는 게,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도 독이 되는 행위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모르는 만큼 쉽게 생각하고, 오래될수록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은 현실이었다.

 

 

7. 그리고 나서 선택한 것은,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자신있는 것을 깎아내서, 다른 사람들과 잘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가 깎아낸 면이 모든 회사,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쓰임새가 많은 퍼즐 조각이기 위해 이 시간동안 파인튜닝 해왔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퍼즐 사이에 끼워맞춰지다가, 언젠가는 마음에 맞는 퍼즐들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만들 수도 있을 거야.

결국에는 내가 꿈꾸던 멋진 프로젝트의 오너가 되는 것도, 그렇게 조금 더 현실성 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금은 그렇게 회고할 수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보며 오글거려 하겠지만,

그때의 나는 여전히 글을 이렇게 두서없이 쓰는 사람이지 않기만을 바란다.

 

 

8. MBTI와 사주가 다양하듯, 개발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러 관심있는 개발 분야의 벡터들을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혼자 끙끙 앓는 내향적 개발자들이 더 쉽게 찾아보고, 사람들과 토론하기 좋아하는 외향적 개발자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신규 개발자들은 흥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보의 홍수에 빠지고, 시니어 개발자는 회고하며 간단하게 글을 써볼 수 있는 곳.

 

그래서 내 지난 날들을 쉽게 공유하면서도, 더 나은 개발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곳

머지 않은 미래에 개발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더 개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

 

지금은 그런 상상을 조립해보고 있다.

 

'Jay's Life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맙소사 reddit api가 이런 영향  (0) 2023.06.13
얼마나 알고있니 나  (0) 2023.02.06
ChatGPT의 위험성  (0) 2022.12.28
nodejs docs를 자세하게 뜯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 2022.10.14
나만 몰랐어 TL;DR  (0) 2022.05.11
Contents

포스팅 주소를 복사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 부탁드립니다.